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427

  • 등록 2026.03.12 14:57:57
크게보기

큰 봄까치꽃 — 황구지천 천변기행 20

 

큰 봄까치꽃 — 황구지천 천변기행 20
시인 · 영화감독 우호태

 

황구지천 둑방길을 걷는다. 왼편에는 서해로 이어지는 물길이 흐르고, 오른편에는 동탄과 수원을 잇는 자동차길이 나란히 달린다. 자연과 문명이 한 자리에서 나란히 흐르는 풍경이다.

 

물길에서는 청둥오리들이 자맥질을 한다. 양지녘에 올라 봄볕을 쬐는 모습이 평화롭다. 이곳은 새와 물고기들에게는 쉼터요 놀이터다.

 

둑방길은 사람들의 산책길이다. 주민들은 달리거나 걸으며 이제 막 돋아나는 풀꽃과 나무들을 바라본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봄기운 속에서 풀려난다.

 

자동차길에서는 각양각색의 차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물길과 자동차길 사이에 놓인 사람길 덕분에 세 갈래 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각각의 길에는 각자의 주인이 있다.

 

걸음을 늦추어 바라보니 비탈진 풀밭에는 하늘빛 큰봄까치꽃이 무더기를 이루어 피어 있다. 보리밭 가장자리에는 배암차즈기가 줄지어 서 있다. 작은 들꽃들이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문득 자동차들의 흐름이 느려진다.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세 길 위의 생명들이 오물꼬물 움직이는 하나의 작은 세계일 것이다.

 

그 작은 움직임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물음이 있다.
이 던졌던 질문,

 

“소유냐, 존재냐.”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 길 위에서 나는 잠시 존재의 기쁨을 느낀다.
우주 속 작은 별부스러기 같은 존재일지라도 분명히 여기 살아 있는 생명이다.

 

집 가까이에 이르자 노란 산수유가 꽃을 터뜨리고 목련 봉오리에도 생기가 돈다.
겨울을 견뎌낸 생명들이 이제 함께 봄을 부르고 있다.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Copyright @2020 포에버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로 432, 2층 202호(평동)| 대표전화 : 010-2023-1676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경순 등록번호 : 경기, 아 52599 | 등록일 : 2020.07.09 | 발행인 : 김경순 | 편집인 : 홍순권 포에버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2020 포에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revernews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