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봄까치꽃 — 황구지천 천변기행 20
시인 · 영화감독 우호태
황구지천 둑방길을 걷는다. 왼편에는 서해로 이어지는 물길이 흐르고, 오른편에는 동탄과 수원을 잇는 자동차길이 나란히 달린다. 자연과 문명이 한 자리에서 나란히 흐르는 풍경이다.
물길에서는 청둥오리들이 자맥질을 한다. 양지녘에 올라 봄볕을 쬐는 모습이 평화롭다. 이곳은 새와 물고기들에게는 쉼터요 놀이터다.
둑방길은 사람들의 산책길이다. 주민들은 달리거나 걸으며 이제 막 돋아나는 풀꽃과 나무들을 바라본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봄기운 속에서 풀려난다.
자동차길에서는 각양각색의 차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물길과 자동차길 사이에 놓인 사람길 덕분에 세 갈래 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각각의 길에는 각자의 주인이 있다.
걸음을 늦추어 바라보니 비탈진 풀밭에는 하늘빛 큰봄까치꽃이 무더기를 이루어 피어 있다. 보리밭 가장자리에는 배암차즈기가 줄지어 서 있다. 작은 들꽃들이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문득 자동차들의 흐름이 느려진다.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세 길 위의 생명들이 오물꼬물 움직이는 하나의 작은 세계일 것이다.
그 작은 움직임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물음이 있다.
이 던졌던 질문,
“소유냐, 존재냐.”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 길 위에서 나는 잠시 존재의 기쁨을 느낀다.
우주 속 작은 별부스러기 같은 존재일지라도 분명히 여기 살아 있는 생명이다.
집 가까이에 이르자 노란 산수유가 꽃을 터뜨리고 목련 봉오리에도 생기가 돈다.
겨울을 견뎌낸 생명들이 이제 함께 봄을 부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