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86>– 전주

  • 등록 2025.11.08 22: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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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동네 맞는갑소

양반동네 맞는갑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볼 곳이 많다던데요?
돈키: 지인들이 안내해줄 거야. –휘릭

별동기: 전주에 왔으면 전주맛을 봐야지. 아침이니 우선 콩나물국밥 한 그릇 들자구. 시내 한 바퀴 돌면 전주의 윤슬 같은 멋을 느끼게 될 거야.

팔복맨: 선비정신을 살피려 어제 묵었다면,
경기전과 강암서예관, 한옥마을, 완판문화원, 동헌과 향교, 동학기념관, 소리관, 한지관, 김치관, 최명희문학관, 부채관을 차례로 돌아보면 좋지요.
점심 들고 박물관에 들르면 전주의 역사를 대략 훑을 수 있답니다.
“왱이” 콩나물국밥을 드셨다면, 이미 전주맛의 일미(一味)는 본 셈이죠. –휘릭

팔복맨: 살다 보니 이곳이 참 멋들어져서, 동네신문에 하나하나 실어볼까 합니다.
국밥, 비빔밥, 한옥에 한지, 그리고 소리까지 얹히니 어깨가 들썩인다니까요.
조선을 연 태조의 본향 경기전의 품새며 동헌의 위세도 그렇지만, 완판문화원은 그 격을 한층 높이더이다.
서도 또한 전주 선비정신의 한 가닥이지요.

박선비: 부채박물관을 지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이다.
바람이 불어야 세상이 수승(殊勝)하듯, 의지가 모여야 큰 물길을 이루는 법이지요.
부채바람만으로는 부족할 테지요.

팔복맨: 연날릴 때는 이미 지났잖아요.
봄엔 봄바람, 가을엔 가을바람이 부는 법이니께.

돈키: 그렇지. 제때에 제바람이 불어야 세상사는 재미가 있지.
동학기념관에서 녹두장군의 글을 보니, 개인 치부보다 이웃을 챙기는 타짜들이 많아야 세상이 밝을 것 같더라.
근세의 큰 변곡점이 바로 ‘동학바람’ 아니겠어?
농민들이 ‘보국안민(輔國安民)’의 기치를 들고 사발통문을 돌렸지.
그때의 전주성, 황토현, 우금치 전투는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네.
행동강령 중 ‘부모에게 패악질하는 자를 징치한다’는 조항은 유교적 맥락에서도 의미가 깊어.
지성인의 자각과 백성과의 소통이 어우러진 역사적 장면이라 하겠지.

호새: 탐관오리가 원인을 제공해서 어린 백성들만 희생당했네요…

팔복맨: 맞아요. 그래서 박물관이 미래를 비춰보는 좋은 공간이지요.
가족과 함께 다시 와야겠습니다.
동네신문에 동네어른들 이야기 한 편씩 실어볼랍니다.

박선비: 자세가 정신을 낳는 법이오. 한번 ‘선비걸음’ 걸어보시게.

팔복맨: 아따, 박선비 말 한마디를 고땀시로 하시네.
나가 한 번 한다 하면 하는 성미인께, 한 번 지켜보드라고.
선배님도 먼발치에서 지켜보시잉.

돈키: 전주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 같아.
한지원 사장님 말씀대로, 반짝 방문보다 꾸준한 관심과 상용이 있어야지.
그게 깨인 분들의 몫일 거야.
잊힌 후백제 견훤왕도 이제 깨어날지 몰라.
사람이 오복을 타고난다는데, 전주엔 ‘팔복동’도 있잖아.
대사습놀이 농악부나 시조부에 나가볼 생각은 없나? 내가 구경 한번 갈 텐데?

팔복맨: 그건 어렵겠고, 전주박물관에는 자주 들락거릴랍니다.

돈키: 오늘 참 값진 날이야.
천년 시공을 넘어 전주의 고대사도 듣고, 멋을 곁들여 차 한잔 맛보니 이 얼마나 즐거운가!

박선비: 그럴 때 쓰는 말이 있지요.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아(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 하더이다.

팔복맨: 아따, 해피데이니 한 구절 더 늘려야지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니께.

호새: 하하, 말씀들을 들어보니 전주가 양반동네 맞는갑소!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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