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21>-화홍문과 방화수류정

  • 등록 2025.08.23 08: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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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천 서해로 간다

수원천 서해로 간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와, 드디어 수원천의 물길, <화성>에 닿았네요. 저 문이 화홍문이죠?
돈키: 그래, 성 밖에서 안으로 드나드는 북수문이야. 문이란 게 늘 경계를 나눠. 안과 밖, 이승과 저승, 의식의 문턱 말이다. 학창시절, 창문 너머 비 오는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세상에 간 듯 했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니?

호새: 아, 그래서 “대문 밖이 저승일세” 같은 회심곡 가락이 가슴에 와 닿나봐요.
돈키: 그렇지. 문 밖의 세계는 늘 자유의 기운을 품어.

호새: 황구지천 근처엔 옛 성이 여럿인가봐요.
돈키: 고읍성, 독산성, 그리고 정조가 축성한 화성이 있어. 특히 수원화성은 정약용이 ‘성설’에 기술한 바처럼 전통과 새로운 공법이 결합된 명작이지. 거중기, 벽돌, 녹로 같은 신기한 장치로 공사기간을 줄였다지.

호새: 역사책이 아니라 눈앞에 펼쳐진 느낌이 달라요. 저기 보이는 무지개 아치, 정말 멋집니다!
돈키: 저게 바로 화홍문, 일곱 개의 무지개 모양의 수문이지. 여름날이면 물보라가 햇살에 부딪혀 무지개를 만들곤 해. 수원팔경의 하나, ‘화홍관창’이라 불렸어. 오른편 언덕에 있는 방화수류정도 보이지?

호새: 네! 천변의 꽃과 버드나무를 굽어보는 정자라니, 이름부터 매우 시적이에요.
돈키: 맞아.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은 조선 정자 건축의 백미야. 예전엔 사생대회도 자주 열렸어. 수원팔경-광교적설, 북지상련, 화홍관창, 용지대월, 남제장류, 팔달청람, 서호낙조, 화산두견-그 풍광 속에서 방화수류정은 늘 꼽히던 장소였단다.

호새: 저 버드나무, 정말 크네요!
돈키: 왕버들이라고 불러야지. 한국 원산의 큰키나무야. 옛날엔 갯버들로 피리도 불고, 수양버들은 애절한 전설을 지녔지. 늘어진 버들가지를 보면 여인의 눈매, 머리칼이 연상되기도 하고. 오늘은 저 녀석을 ‘짱 버들’이라 불러보자. 보는 이의 소원을 이뤄줄지도 몰라.

호새: 하하, “수양버들 춤추는 길에…” 노래가 절로 나오네요. 그런데 저기 뿌리가 엉킨 건 뭐예요?
돈키: 연리근이다. 마치 두 나무가 한 뿌리인 듯 얽혀 있지? 연리지는 들어봤겠지만 연리근은 생소하지? 뿌리를 함께한 건 전통, 사회질서, 그리고 근원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지. 오늘 물길을 따라 걷는 것도 결국 내 정체성의 근원을 찾는 길이 아닐까 싶어.

호새: 담벼락에 오르는 담쟁이도 보세요. 마치 누가 그림을 새겨 놓은 것 같아요.
돈키: 포도과 덩굴이지. ‘마지막 잎새’를 그린 오헨리의 베어만 영감 손길 같기도 하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잖아.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오른다.” 바로 그 담쟁이야. 생명력의 은유지.

호새: 오, 저기 보니까 매향정보고, 삼일중학교도 있네요.
돈키: 그렇지. 수원의 오랜 교육기관이야. 예전엔 교복 색깔만으로도 여고생들을 구분했지. 수원여고는 자주색, 영복여고는 짙은 청록, 매향여고... 그 시절 소녀들의 모습은 수원을 수 놓았어. 내 청춘도 그 무리 속에 있었지. 미팅 나간다며 융건릉을 드나들다 재수를 면치 못했지만. 하하.

호새: 아, 돈키님도 그 시절엔 설레는 청춘이었군요.
돈키: 다 지나간 한때지만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부릅시다.” 좋잖아.

호새: 네, 돈키님. 마음이 늘 봄이네요.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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