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시인·영화배우 우호태
추억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거나 그리워하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감상적인 기억이겠다.
개인에게 추억은 치유가 되고,
집단에게는 기억을 이어가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추억에도 양면이 있다.
지나간 일에 매이면 집착이 되고,
스스로를 과거에 가두어 앞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
어느 가수는
“마시자, 한잔의 추억”을 노래한다.
하지만 삶의 마디마디마다 젖어든 추억을
어찌 한잔 술에 날려 보낼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지난날은
편년체의 기록처럼 차곡차곡 쌓여간다.
내일보다 어제가 정다운 것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일까?
나이가 들수록 추억이 달콤한 것은
그때의 내가 그곳에 오롯이 존재했기 때문일 게다.
내일의 꿈에는 의지가 필요하지만
한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사람에게
내일은 그저 바람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추억은
때로 삶의 위안이 된다.
하지만 집단의 추억은 경계해야 할 때도 있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른 분단으로
많은 것이 사라졌다.
수십 년의 식민살이와
이어진 격동의 세월.
불과 한 세기 안의 일을
마냥 추억으로 버무리기에는
너무나 애달픈 역사다.
그런데도 지난 일을 시도 때도 없이 끌어내
오늘의 자기 행위를 정당화하려 한다면
추억이 아니라 집착에 가깝다.
갑돌이와 갑순이의 애틋한 사랑이야
한 번쯤 음미해볼 만한 추억이다.
그러나 스스로 겪지도 않은 일을
마치 치열한 역사의 주인공인 양 수식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추억은 추억대로 두어야 한다.
기억할 것은 기억하되
그 기억에 매이지 않는 것.
뒷동산 아지랑이,
뛰놀던 어린 시절의 모습은
팍팍한 도심살이에 핑크빛 추억이다.
가을 하늘 아래
수숫대에 앉은 새떼를 향해
훠이훠이 소리치던 어린 날.
돌아갈 수 없기에 아름답고,
지나갔기에 더욱 선명한 것.
아마도 그것이
추억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