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6 (일)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558

대핫민국


대핫민국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날이 얼마나 뜨거우면
‘대핫민국’이라 비유했을까 생각했는데,
줄줄 흐르는 땀줄기에 그 생각마저 멎는다.

 

높은 곳에 사는 덕에
별 어려움 없이 올여름을 지나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열기가 여간 아니다.

 

마치 사막의 열기를
한반도 상공에 통째로 덮어씌운 듯하다.
아내 성화에 전기세를 아끼느라
웬만한 후덥지근함은 선풍기와 창문을 열어 견뎠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은 다르다.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찜통 같은 더위다.

 

사흘 후면 입추건만
절기를 잊은 것일까?
이상기후 탓일까?

 

한서린 매미 소리만
여름을 증명하듯 요란하다.

 

‘핫(hot)’은 영어로 뜨겁다는 뜻.
그러니 ‘대핫민국’이라 부른
뉴스 앵커의 비유가 절묘하다.

 

그렇다면 ‘한(寒)’은 어떨까.
‘핫’의 상대가 ‘쿨(잘난척)’이라면
올겨울은 혹시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大寒)민국’이 되는 것은 아닐까?

 

삼한사온이 무색해진 한반도의 날씨다.
아니, 이제는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와 천재지변으로 몸살을 앓는다.

 

섬에서 과수원을 경영하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과실에도 문제가 크단다.

 

몇 번이고 냉수마찰을 하고
집 안에서는 웃통까지 벗어보지만
더위는 좀처럼 물러나지 않는다.

 

이열치열이라며 여러 궁리를 해보지만
별반 소용이 없다.

 

에라, 모르겠다.
독하게 에어컨을 돌리니
그제야 천국이다.

 

시대가 변하니
에어컨이 천국으로 안내하는 세상이다.

 

날이 뜨거우니
정신까지 빙빙 돈다.

 

그때 문득
서늘한 냉기 속에서
어느 시인의 시 한 편을 읽는다.

 

「여름추위」

 

시제를 가슴에 안으니
나도 문득 춥다.

 

“사람은 나면서 충분히 춥다.
이미 넉넉히 춥다.
……춥다.”

 

참 이상한 일이다.

 

밖은 이토록 뜨거운데
시 한 편이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저녁나절에는
둑방길을 달려야겠다.

 

뜨거운 하루를
바람 속에 흘려보내고
내 안의 열기도
조금은 식혀야겠다.

 

날씨만이랴!

 

오늘도
대핫민국의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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