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천변기행50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새길수록 의미로운 동요다.
저녁 어스름, 서늘한 기운을 맞으려 단지를 나선다.
둑방길을 타고 논둑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단지로 돌아드니,
동네 한 바퀴를 돈 셈이다.
어느새 벼포기도 든실해졌다.
몸통이 제법 불었으니 곧 이삭이 팰 모양새다.
때가 되면 제 모습으로 피어나고 결실하는 것,
생명에 깃든 본연의 이치일 게다.
아파트단지로 가까워질수록
불 밝힌 창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쉼터의 환한 불빛을 따라
내 마음도 덩달아 환해진다.
둑방길, 논둑길, 개울길을 지나
다시 단지 안 뜰로 돌아오는 길.
입가에는 동요의 가락이 흐르고
발걸음에는 그 정감이 이슬처럼 맺힌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어느 한 낱말도 정겹지 않은 것이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로 이어지는 말들도
창가에 흘러내리는 빗방울처럼 감성을 적신다.
“너도 나도 일어나.”
“일어나라 아이야.”
모두가 희망의 노래다.
함께 일어나고, 함께 걷고, 함께 살아가자는
공동체의 하모니인 게다.
오전에는 지인의 혼사를 축하하고,
시골 동네에서는 복달임의 정을 나누고,
도서관에서는 자판기 두드림의 시간을 갖고,
저녁에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아 집으로 든다.
돌아보니 하루도 한 바퀴다.
사람을 만나고, 길을 걷고,
자연을 바라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돌고 돌아 제자리인 듯하지만
그 안에서 삶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오늘도 사람들과 함께
세상의 한 바퀴를 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