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111>

  • 등록 2025.11.30 08:39:14
크게보기

등산화와 꿈


등산화와 꿈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장거리 걷기엔 역시 등산화죠? 흙길, 자갈길, 아스팔트… 다 만나니까.
돈키: 그렇지. 발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장난 아니야. 밑창 두꺼운 신발이 충격을 흡수해줘야지.

호새: 예전에 운동화 신고 걷다가 고생하셨다면서요?
돈키: 2011년 ‘부산–화성’ 도보여정 때 말이야. 추풍령까지 운동화 고집하다가 발바닥에 불나고 물집 터지고… 그 뒤론 무조건 등산화야. 거리와 상관없이.

호새: 여름엔 또 통풍이 문제죠.
돈키: 맞아. 긴 바지에 스타킹까지 끼면 땀이 차서 걸음걸이도 어정대지. 오포 지나면서 길가에 할인 매장에서 반바지를 하나 샀어. 포켓이 여러 개라 참 편하더라고.

호새: 밀짚모자에 선글라스, 토시까지 차림이면… 험한 길 가는 분 같았겠네요.
돈키: 주인 아주머니가 보더니 어디 가느냐고 묻더라고. 안쓰러웠는지 아침에 쪘다며 옥수수 세 자루를 건네주셨지. 그 작은 정이 얼마나 고맙던지.

호새: 어머니가 해주시던 찐 옥수수 같았겠어요.
돈키: 그렇지… 비 오던 날의 냄새까지 떠올랐지. 터미널에 이를 때까지 식당 하나 없어서, 그 옥수수가 딱 든든한 간식이었어. 겨울에도 문 연다니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지.

호새: 그런데 얼굴이 조금 상했어요? 어디 다쳤어요?
돈키: 어두워지니 시야가 좁아지더라고. 이제 거의 다 왔다 싶어 시가지 불빛만 보고 걸었는데, 설치 중이던 보도블록 더미에 발이 걸려 그대로 나자빠졌지 뭐야. 흙 매트에 데구르르…

호새: 아이고.
돈키: 무릎은 멍들고 팔꿈치도 까졌지만… 터미널까지 2km 남았다는 사실에 그나마 안심했지. 그런데 그 2km를 한 시간 반이나 걸려 9시 반 넘어 도착했지.

호새: 첫날 일정이 빡셌네요. 무리 좀 했네요?
돈키: 그렇지. 낮의 열기가 몸에 잔뜩 밴 데다 발바닥은 뜨겁고 상처는 쓰라리고… 도저히 잠이 안 와서 TV를 켰어. 마침 리우올림픽 경기가 한창 이더라고.

호새: 선수들 보니 힘 나셨겠어요.
돈키: 그들이 내지르는 환호, 감격의 눈물이 통증을 잊게 하더라. 그들도 고독한 시간을 헤치며 여기까지 왔겠지. 도전은 늘 고독의 시간을 품고 있거든.

호새: 탐험가들 이야기 좋아하시죠?
돈키: 리빙스턴, 아문센, 콜럼버스… 김승진 씨처럼 무동력 세계일주를 해낸 사람도 있고. 실천의 용기가 세상을 바꾸는 거야. 나도 70세 전에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꼭 해보고 싶어.

호새: 아드님께 같이 가자고 권하셨다면서요?
돈키: 잘 안 나서더라고. 세대 차이인지, 혹은 내 욕심인지… “좋긴 좋은데…” 하며 말이지.

호새: 그런데 선생님은 왜 그렇게 ‘길’에 끌리세요?
돈키: 길엔 꿈이 있어. ‘엄마 찾아 삼만리’의 마르코도 꿈이 있어 길을 떠났잖나. 꿈이 있으니 걷게 되고, 걷다 보면 또 다른 꿈이 피어나지.

호새: 요즘은 각자의 꿈 때문에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도 많죠.
돈키: 맞아. 시가지에서도 동남아에서 온 분들을 봤어. 그들에게 Korea Dream은 타향살이를 버티게 하는 버팀목일 거야. 우리도 70년대에 그랬고. 내 큰형님도 중동 건설현장에서 땀과 눈물로 가족을 먹여 살렸어.

호새: 결국 꿈이 사람을 움직이는 거네요.
돈키: 인간이 가진 최대의 축복이야, 꿈이라는 건. 내일은 30km 정도 걸어야 해. 그 여정이 곧 나의 꿈을 피워가는 과정이니까.

호새: 그러니까… 이제 좀 주무셔야죠?
돈키: 그럴까. 꿈을 향해 걷는 자에겐 잠도 또 하나의 힘이니까.

돈키: My Dream… 고래가 춤추는 동해, 그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네…


-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Copyright @2020 포에버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로 432, 2층 202호(평동)| 대표전화 : 010-2023-1676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경순 등록번호 : 경기, 아 52599 | 등록일 : 2020.07.09 | 발행인 : 김경순 | 편집인 : 홍순권 포에버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2020 포에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revernews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