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에버뉴스 오명숙 기자 ] 강진군 농업기술센터가 백합과 작물(대파·마늘 등)에 큰 피해를 주는 흑색썩음균핵병을 억제하는 ‘버크홀데리아 파이로시니아균’을 자체 배양해 공급에 나섰다.
군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농가 보급을 시작하며, 친환경 재배 농가들이 오랜 기간 고민해온 병해 문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흑색썩음균핵병은 주로 연작지에서 반복 발생하는 대표적 토양 전염병으로, 지하부가 썩고 지상부는 시들며 노랗게 마르는 증상을 보인다.
병원균은 토양 속에서 균핵 형태로 월동해 이듬해에도 전염원이 되며, 오염된 농기구나 종구를 통해 확산된다.
방제 실패 때 한 해 농사를 통째로 망칠 만큼 피해가 크지만, 친환경 재배지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제한돼 농가들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농촌진흥청 연구결과에 따르면 버크홀데리아 파이로시니아균(CAB08106-4)은 흑색썩음균핵병에 약 79%의 방제 효과를 보였다.
이는 기존 화학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병해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농업 전환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강진군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친환경 대파 재배 실증사업’을 통해 현장 적용 효과를 검증했으며, 병 발생률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실제 포장에서의 개선 사례를 확인했다.
이에 올해는 자체 배양시설을 활용해 공급량을 늘리고, 관내 작목반·연구회를 통해 희망 농가에 무상으로 미생물을 공급하고 있다.
성전면 대파 연구회 박상석 회장과 회원들은 “이전에는 흑색썩음균핵병 때문에 수확량이 줄어 한숨이 많았는데, 미생물 처리 후에는 잎이 두꺼워지고 뿌리 활력이 좋아졌다”며 “병이 줄고 생육이 균일해지니 생산량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천면 대파 재배 농가는 “예전엔 병이 돌면 방제가 거의 불가능했지만, 올해는 밭 전체가 훨씬 건강하다”며 “값이 비싸지 않고 살포도 간단해 다른 농가에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미생물은 단순한 병해 억제뿐 아니라 토양 내 유익균 다양성 회복, 연작장해 완화, 뿌리 발육 촉진 등 부가적인 효과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미생물을 활용한 농가에서는 수분 유지력이 좋아지는 등 눈에 띄는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농업 현장에서는 “토양이 살아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강진군 농업기술센터 최영아 소장은 “화학농약 없이 병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농가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며 “병해충이 발생하면 대응이 쉽지 않은 친환경 재배에서 이번 미생물 공급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공급되는 미생물은 농가의 병해 예방과 동시에 친환경 농법 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 자재이고 작목반과 연구회를 통해 신청하면 공급받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실증 연구를 강화해 농가의 생산 안정과 친환경 기술 보급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미생물 공급을 희망하는 농가는 매주 금요일 농업기술센터 유용미생물 배양실을 방문하면 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강진군 농업기술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