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52> – 대관령

  • 등록 2025.09.30 0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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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아리랑

강원도 아리랑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강릉시청까지 스물두 리, 산기슭 박물관은 열 리 남았네요. 오후 세 시까지 닿아야 하니 발걸음이 재촉돼요.

돈키: 고갯마루에선 뛰어야지. 옛날 선비들은 굽이마다 곶감 하나, 아흔아홉 개를 먹어야 정상에 닿는다고 했다지. 그래서 대관령이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호새: ‘대굴대굴 구르는 고개’라는 이름도 있잖아요. 고갯길 굽이마다 굴곡이 깊은 까닭이겠지요.

돈키: 그래도 이 고개를 넘으면 동해가 한눈에 안겨. 푸른 물결이 가슴을 시원히 열어주지. 이백오십 리 걸어와 닿으니 감격이 솟아오른다네. 아리랑 고개여….

호새: “인생 굽이 몇 굽이냐”는 노랫말처럼, 우리 삶도 굽이굽이 고갯길이죠. 어머니들도 자식 키우며 얼마나 많은 인생고개를 넘으셨을까요.

돈키: 그래. 누구나 한번쯤은 고개를 넘어야 하지. 대관령에 서니 지난 날이 아리랑 가락처럼 밀려오네. 아리 아리 아라리요….

호새: 괴테는 “눈물 젖은 빵을 먹지 않은 자, 인생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죠. 대관령을 넘은 이라면 아마 이렇게 말할 거예요. “아흔아홉 구비를 넘지 않은 자, 인생을 논하지 말라.”

돈키: 허허, 그 말 또한 아리랑이네. 강릉 벗이 전해주던 강릉의 뒷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네.

호새: 곶감은 없으니 거리표식을 세어봅시다. 열 리 남았을 때 일행을 만난 게 그나마 위안이었겠죠.

돈키: 갈증 날 때 건네받은 물 한 모금, 온몸이 살아나는 듯했지. 마치 봄비에 젖은 풀빛처럼. 아리랑, 아라리요….

호새: 사진 한 장 찰칵, 제품새로 옆에서 남기고, 일행은 먼저 시청으로 향하네요.

돈키: 강릉이 처갓집인 오 회장이 들려주던 이야기도 흥겨웠지. 시가지로 들어서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네.

호새: “해냈다!”는 기쁨이 밀려와 피곤이 스르르 사라져요. 고개를 넘은 자만이 누리는 벅찬 환희, 대관령의 아리랑이지요.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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