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레방아 도는 생태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둔내에서 진부 가려면 봉평 방면으로 우회하는 도로가 있대요. 근데 그냥 6번 도로 타고 가기로 했어요. 돌아오는 길에 들러도 될 것 같아요?
돈키: 그래, 아쉬움은 상상으로 채우면 되지. 봉평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덕분에 유명한 고장이지. 허생원과 동이, 물레방아, 장터내 정취…. 그 시절의 로맨스가 다 들어있어.
호새: 오! 봉평은 5일장이 열린다면서요?
돈키: 글쎄, 재래장이야말로 먹거리, 풍물, 이야기, … 있을 건 다 있는 문화공간이지.
호새: 지금도 메밀의 먹거리가 인기가 있다네요?
돈키: 그럼, 여름철 더위 식히는 데는 메밀국수, 메밀전병이 최고지. 흐드러진 메밀꽃밭 걸으며 메밀 막걸리 쨍하며 한 사발 쭈욱 들이키면 금상첨화 아니겠어? 물레방아도 쉼 없이 돌아가니 운치있고, 보름달 휘영청 밝은 날에 하얀 메밀밭 둔덕에서 흰머리 뽑는 아내에게 이팔청춘 기운 좀 불어넣고 싶다니까.
호새: 근데, 요즘 연애는 다 LED 조명 반짝이는 데서 한다던데…
돈키: 그렇지, 허나 그건 좀 인공적이잖아. 산골 물레방앗간에서 사랑 나누는 게 진짜 로맨스지. 산새소리, 물소리, 흙내음 속에 초롱초롱한 별빛 아래 흐드러진 하얀 메밀꽃밭의 멋을 상상해봐!
호새: 오우, 물레방아 축제를 진짜 해도 재미 있겠어요? 지역의 출산장려정책으로 어때요?
돈키: 가만 가만, 너 고향이 어디고? 춘부장 함자는? 혹시 왼손잽이 아니냐?
호새: 왜 이래요? 아예 발가락을 보여드릴까요?
돈키: 청춘들이여,!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물레방아 도는 산마을 봉평으로 가자!
호새: ‘선녀와 나무꾼' 만나러 봉평으로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