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인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등장인물: 돈키, 호새, 영호>
돈키: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호새야, 저 하늘을 봐!
지구촌 곳곳으로 날아가는 저 비행기들 좀 보렴.
무엇을 싣고 있을까?
사람마다 가슴에 등불 하나쯤은 품고 떠나는 거겠지.
인천대교 너머 신공항과 인천항…
그곳은 꿈을 안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설렘의 쉼터야.
호새:
집 나서면 고생이라지만…
출발할 땐 늘 가슴이 두근거리죠.
돈키:
인천항? 쌩난리 끝에 문을 열었지.
처음엔 시원한 바닷바람을 기대했을 거야.
개화의 바람에 단추만 푼 게 아니라,
상투 자르고 웃통까지 벗었지.
문제는… 스스로 벗은 게 아니라 벗겨졌다는 거야.
호새: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돈키:
‘강화도조약’과 ‘제물포조약’…
그 후 반세기 동안 깜깜한 터널을 지나왔지.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자유진영의 승리 덕에 우리도 빛을 본 거야.
그래서 “흙 다시 만져보고, 바닷물도 춤을 췄지.”
“…한강물도 다시 흐르고, 선열아 이 나라를 보소서…”
호새:
돈키 형은 일이 터지면 가슴에 담아요, 머리에 담아요?
돈키:
하하, 좋은 질문이다.
그 전에, 국제공인 2단 옆차기의 고수,
맥아더 장군 기억하니?
호새:
콘파이프 물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요?
돈키:
그래, 6.25전쟁 때,
우리가 낙동강까지 밀렸을 때 전황을 뒤집은 인물이야.
바로 이 인천에서 펼쳐진 ‘인천상륙작전’이 결정적이었지.
서울을 되찾고, 중앙청에 ‘자유’의 깃발, 태극기를 올린 건
수많은 희생의 결과였어.
요즘 젊은이들이 연안부두로 섬여행은 가도,
그런 역사는 잘 모르더라고.
제 나라, 제 역사부터 아는 게 진짜 멋이지.
호새:
그런데 말이죠…
요즘은 역사 몰라도, 뒤집고 타짜로 잘만 살던데요?
돈키:
그래서 걱정이야.
그 시절, 우리 몸엔 기초체력도 없었거든.
그 얘긴 인천 토박이 ‘영호’ 명재가 전해줄 거야.
저기 봐! 차이나타운 패루 앞에 방장 성훈이랑
‘오뚜기’ 운장 인구, 군대 동기들이랑 같이 있네.
개항장을 쭉 유람할 거야.
영호:(등장하며)
인천은 자체가 근대사 박물관이야.
기차, 기상대, 예배당, 고급호텔…
여기 화교거리 짜장면도 추억이지.
청·일 조계지, 제물포구락부,
자유공원에 우뚝 서 있는 맥아더 동상,
그리고 첫 등대, 팔미도.
성냥공장도 있었지.
성냥 하나가 폐허의 집집마다 불을 밝혔어.
인천 앞바다 사이다도 있었고,
우리나라 첫 ‘뻥!’ 축구, ‘딱!’ 야구, 새싹들의 배움터도 여기서 시작됐어.
하와이 교민들의 성금으로 세워진 인하공대도 빼놓을 수 없지.
그 인재들이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어.
이 개항장을 온전히 다 보려면, 한 달은 걸릴걸?
돈키:
그럼, 잠깐 월미공원에 들러보자.
옛 장터 얘기도 듣고, 할미 맛집도 가보자고.
(손짓하며) 휘리릭~
호새:
결국 이곳, 인천이
코리아의 관문이자 격랑의 역사 한복판이었다는 거네요.
돈키:
맞아. 폐허 위에 반세기 만에
송도, 청라지구에 빌딩이 솟고,
인천항 부두엔 자동차, 컨테이너 가득 실은 배들이 출항하고,
비행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어.
대한민국, 대단하지 않니?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이 있었으면,
바닷물조차 짜게 느껴질까…
호새:
파도 위로 실린 기도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저기 ‘조나단’이 춤추네요.
돈키:
(두 손을 모으며)
내 양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소서.
두려움을 딛고 도전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