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5>-한강

  • 등록 2025.08.04 21: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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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수야

 

한강수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오늘은 한강에서 뱃놀이나 할까?
호새> 주인님, 갈 길이 바쁘다면서 또 노는 소리 하시네요?
돈키> 어른들 말씀이 “쉬엄쉬엄 가라”셨다. 노는 게 제일 어려운 공부란다.

호새> 근데요, 왜 ‘한강(韓江)’이 아니라 ‘한강(漢江)’이라고 불러요?
돈키> 그거 아주 좋은 질문이구나. 지명을 안다는 건 그 땅의 정신을 이해한다는 뜻이야. 옛적엔 ‘대수(帶水)’, ‘아리수’라고도 불렀지. ‘큰 물’이라는 뜻에서 ‘한강(一江)’이라 보아야 해.

호새> 오늘은 물결이 잔잔하네요.
돈키> 잔잔할 때 조심해야지. 큰 물결은 조용히 준비되지. 한반도에는 20세기 들어 큰 물결이 네 번이나 일었단다.
호새> 네 번이요? 무슨 파도였죠?
돈키> 첫째는 3.1운동, 만세물결이었고,
둘째는 8.15광복, 태극기 물결.
셋째는 산업화, 새마을운동으로 이어진 ‘한강의 기적’
넷째는 민주화 물결이지.

호새> 21세기에도 그런 큰 물결이 일고 있나요?
돈키> 일고 있지.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음악, 영화, 게임, 음식, 패션, IT… 산천을 넘어 세계를 뒤흔드는 물결이야.
호새> 혹시 그거 주인님 혼자만의 썰 아니에요?
돈키> 아니지. 지구촌이 다 보고 듣고 따라하잖니.
식민과 전쟁을 겪고도 여기까지 온 나라가 또 있겠니? 무궁화 꽃이 다시 피고, ‘아시아의 용’이라 불린 나라가 바로 여기야.

호새> 그럼 이 한강, 다른 나라 강들이랑 비교하면 어때요?
돈키>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는 말 있잖니. 템즈강은 왕실, 라인강은 산업, 허드슨은 금융, 양자강은 문명…우리 한강은 전쟁과 기적과 꿈이 흐른다.

호새> 물에 발 담근 철새들도 있네요.
돈키> 그 여린 다리로 강물을 딛고 서 있는 모습이 꼭 선비 같구나. 흐르는 물에 갓끈 씻으며 마음을 다잡던 선비의 기개 말이지.

호새> 한강도 여러 사연을 안고 흐르네요.
돈키> 그렇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한 몸 되어 동에서 서로 흐르지. 수많은 전란의 피와 땀을 실어 나르며 지금도 묵묵히 흘러간다. “큰 강물은 소리 없지.” 그게 ‘대하무성(大河無聲)’이야.

호새> 저 아래 철교가 보이네요.
돈키> 응. 저 다리도 사연이 많단다.
6.25 전쟁 당시 폭파된 다리, 피난민의 눈물, 형제의 이별… 강 위의 철은 식었어도, 기억은 아직도 뜨겁지. 역사를 잊으면 지도자 말에 무게가 실리지 않아. 요즘엔 달 보랬더니 손가락만 따지는 소리가 자꾸 들려.

호새> 저쪽에 바다가 보이네요.
돈키> 바다는 백천을 품는다 했지. 한강도 만고풍상을 겪은 뒤 이제 바다를 만나러 가는 길이야. 그래서 더 장엄하지.

호새> 한반도 물벨트를 유람한 소감이 어떠세요?
돈키> 글쎄다… 쓰나미도 맞고 북풍한설도 맞은 땅이지. 그래도 다시 일어나 ‘한강수 타령’을 불렀고, 제3한강교 놓으며 세계에 알렸지. 강상제를 열고, 88올림픽을 치르며 지구촌 무대에도 섰고.
호새> 지금은 한류가 세계를 누비고 있죠.
돈키> 그렇지. 그런데 정작 지도자라는 타짜들은 제자리서 허튼 짓만 해대고 있어. 곧 대륙성 저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충돌하면 큰 파도가 올 텐데 걱정이야.

호새> 한강물이 다시 힘차게 흘러야 할 텐데요.
돈키> 눈을 감아봐. 한강물 소리 속에서 들리지 않니? 반만년 조상들의 숨결이…






 

김경순 기자 forever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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