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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144(11월 24일)

-왠지 그냥 기분이 좋다

 

구순을 넘겨 100세에 도전하시려 온갖 것에 '큰 말씀(?)' '작은 말씀(?)'을 하시는 시골동네 어머님께로 발길이다. 사람이 그리운 탓일까? 밥상을 당겨 '밥 먹어요', '베개 있어요' 쉴새없는 입말이시다.

 

 

'한국인의 밥상' 재방영인가보다. 방 한켠에 놓인 TV 화면에는 연예인 최불암 선생을 비롯해 산골마을 농부, 사찰음식 선재스님, '수박무' 농사주부, '무'연구가, 요리지망생까지 등장해 "무에서 유를 낳다"의 '무'에 대한 이야기다. 가을 햇살아래 바람을 쐬다 두어번 서릿발에 거두어야 제맛이 든다는 강원양구에 농부의 소박한 말에 어둑한 저녁 방안이 따스하다. 짝꿍 배추도 곁들여야 김장철 제멋이나 '무(무우, 무수) 소리를 들어도 '왠지 기분이 좋다'. ㅜㅜ 부드러운 양성 받침이 연이은 탓이려나?

 

 

밭에 '수박무' 뽑으러 가자면 '왠지 기분이 좋다'며 평택 주부농부의 환한 얼굴에 시골정경이 눈에 선하다. 텃밭으로 발길이다. '무'를 뽑아들고 잎사귀 비틀어 몸통에 흙을 털고 '무머리' 한입 덥석 물어낸 후, 껍질을 돌려 벗겨내 우적거리던 어린시절 내모습이다. 김장철이 되면 그 아이는 어머니가 다듬질한 '무'를 우물가로 나르고 아버지는 집처마 아래 가지런히 시래기를 엮어 다셨다.

 

 

서민의 먹거리 '무'의 품새가 깍두기, 무채, 싱건지, 동치미, 짠지, 무말랭이, 무밥, 무떡, 시래기, …등 짧은 앎에도 한줄이나 이어간다. '사탕무', '수박무' '강화순무' 등 '무'의 유명세는 세상에 드러낸지 오래다. 어떤 음식에도 궁합을 이루니 현대인 웰빙음식에 감초로서 지구촌인들의 손.발길을 기대한다는 연구가의 보탬말에는 눈.귀가 자연스레 끄덕인다.

 

 

어머니 손맛의 시래기가 밥상에 오른 때가 꽤 되었나싶다. 무밭에서 우적거리던 그 아이도 머리 희끗희끗한 '이순'을 훌쩍했으니 말이다. 텃밭에 앉아서 무.배추 다듬질하시던 흰수건 동여맨 어머니는 어느새 푸른잎이 사위어 '한세상 다해 돌아가는' 길목에 서성이며, 서리내린 백발인 채 메마른 살갗의 할머니가 되셨다.

 

 

깊어가는 십일월(미틈달) 스무나흘 밤,

 

"나는 어쩌다 생겨나와~ 옛이야기 듣는가?"

 

"울엄마 날 낳아~"

 

긴세월을 다듬질한 어머니의 고요한 눈길에 마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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