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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143(11월 19일)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겨울은 아직 남아 있는데…" 짙푸른 깊은 음색의 패티김 선생의 노래에 젖어 가을햇살이 살포시 내리는 창가에서 흥얼거리는데 아내의 목소리다.

 

 

"여보, 장호원장에 들러서 갈까?" "그러지 뭐"

 

충주호반 옆동네인 친정 나들이에 도중의 재래 장(5일.9일)이다. 지역 인근에 오산, 발안, 남양, 조암, 사강에도 재래장(5일장)이 서는 까닭에 사람사는 맛의 시골스런 멋이 환히 다가선다.

 

 

아침나절, 가을햇살이 도로에 한가롭다. 채 거무티티 가을옷 입은 우둥퉁한 산들이 도로 양편으로 늘어섰다. 시간여만에 장터에 다다르니 초입에 늘어선 차량들에서 장터냄새가 물씬난다. 도로가 방앗간에 두툼한 점퍼차림 주인 아저씨 내외분이 토시 낀 팔로 방앗거리를 연실 안으로 들이고, 두어 걸음 옆에 꽤나 손품을 팔은 알곡들이 입벌은 자루에 수북하니 쌓여 손님 맞을 채비다.

 

 

도리깨질에 붉게 멍들었나? 붉스레 팥에다가, 푸른 멍이 채 가시지 않은 녹두, 골방에서 두들겨 맞았나 싶은 검정콩(쥐눈이콩, 서리태, 약콩…), 샐쭉한 강낭콩, 배미콩, 동그르르 그루콩(백태), … 갈무리한 알몸의 제모습들이려. 눈길따라 장터내로 발길을 옮기니 전대를 허리에 찬 아줌마의 "단감이요 단감" 손님맞이둥글둥글 넓디디한 목소리다. 한입에 넣은 단맛, 그 맛이야!

 

 

이마를 맞대고 늘어선 가방, 모자, 그릇, …공산품에다 배추, 무, 엿기름, 호떡, 건어물, … 만물상 파라솔을 지나니, 할아버지 대여섯분이 머리고기에다 새우젓이 놓인 탁자에 빙둘러 앉아 세월을 붙들고 탁배기 정담이려나? 길가 맞은편 옷걸이대엔 아주머니들이 두툼한 울불긋 옷을 쳐들어가며 가을햇살을 어여어여 보채나도 싶다. 언뜻한 얼굴들에 내 어매도 콩자루를 이고 오셔 살까말까 몇번이나 망설였을 가슴저린 수많은 사연의 장터이려…

 

 

재촉하는 눈길에 한켠의 리어카에 쌓인 어린시절 귀를 막던 '뻥뻥'하던 '그 소리'를 품은 '뻥튀기'가 채인다. 장터에 제구색이려. 신비스런 마술사 아저씨가 연출한 '뻥'소리에 온동네 아이들 모였던 날들이다. 장터의 '뻥'소리에 놀라 몸 부푼 쌀알이 입맛을 홀렸던 날이다. 그 시절엔 형아들 방에서 '삼뻥에 칠' '칠뻥에 팔' '뻥치기'에 불을 밝혀가며 산수공부(?) 하느라 기웃한 날들도 있었다.

 

 

 

장터를 떠나 흰구름 떠 있는 하늘아래 호젓한 호반길이다. 시절따라 뒤켠으로 물러난 '뻥'소리련만, 최근들어 여의도 주변에 '뻥'소리가 요란한 모양이다. 시절따라 "그시절 푸르던 잎이 어느새 낙엽"이 져 물러가야 하건만, 눈치없이 버티다 요기조기에 옆구리 '뻥뻥'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 지방에도 연이어 날까도 싶다.

 

 

'가야해 가야해' 제 목소리가 나올 '법'한 세상에 따스한 햇살이 가을을 남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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